대학교에 입학하면 많은 20대들이 자취를 시작한다. 집을 나와 사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다만 가장 주된 이유는 역시 통학거리다. 지방러들이 서울에 있는 대학에 입학할 경우, 혹은 그 반대의 경우다. 기숙사에 들어가지 못한 학생들은 결국 자취를 시작한다.
여기까지는 어쩔 수 없지만, 부모의 품을 벗어나 혼자 사는 친구/동기를 보고 자취 뽐뿌가 오는 20대도 많다. 그리하여 “나도 나와 살 거야!”라고 결심하고 부모님께 보증금만 빌려 “알바를 하며 월세를 벌면 돼…”라고 하지만 막상 환상을 가졌던 자취생활은 녹록치 않다. 이 글은 충동적으로 자취하고자 하는 당신의 안일한 마음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쓰여졌다.
저는 생활력이 강해서 혼자서도 잘 살 수 있어요.
ㄴ 당신은 밥을 지어먹을 줄 모른다
당신이 자취생활을 하면 안 되는 이유 중 첫번째는 바로 식사다. 자취의 본래 의미는 스스로(自) 불을 땐다(炊)는 의미로, 스스로 불을 때어 밥을 지어 먹는 것을 말한다. 밥? 그냥 쌀 씻고 불려서 전기밥솥에 넣고 버튼만 누르면 된다. 그런데 할 줄 아느냐와 할 수 있느냐는 분명 다르다. 할 줄 알아도 안 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때론 요리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몇 번 요리를 해 보다가 재미가 붙어 습관이 되는 경우도 있다. 특히 부모님과 함께 살아도 자기가 요리를 해 먹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혼자 살면서도 밥을 잘 해먹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하루 한 두끼 정도는 밥을 해 먹을 수 있다. 그렇게 훌륭한 자취러로 거듭날 줄 알았겠지만…
사실 집에서 요리를 하게 되면 관리의 문제가 생긴다. 국이나 찌개가 상하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끓여줘야 하며, 상한 음식이 어떤 냄새가 나는지 잘 모르는 자취생들도 허다하다.(이건 주부들도 헷갈릴 경우가 많다. 긴가민가 할 땐 그냥 버리는 게 낫다.)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식재료를 어떻게 요리할 것인가 하는 고민도 필요하다.
현실은 대부분 학교에서 학식을 사 먹거나, 아니면 집에서 라면을 끓여 먹거나 참치라면을 끓여 먹거나 만두라면을 끓여 먹는다. 그게 아니면 만두를 전자렌지에 돌려 먹거나 후라이팬에 구워 먹는다. 문제는 이 식단이 건강에 절대 좋지 않다는 거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급속도로 상승하니 20대에 심장이 멈추고 싶지 않다면 주의해야 한다.
만약 라면도 만두도 질리면 외식을 하는데, 밖에서 사먹는 비율이 높아지면 생활비가 급속도로 줄어든다. 생활비를 아끼려면 식재료를 사다가 요리를 해야 하는데 사 놓고 하지 않는다. 버려지는 식재료값이 아까워 결국 ‘사먹는 게 낫겠네’ 하는 판단이 서는 것이다.
때문에 결국 요리를 제대로 해 먹을 줄 모르는 자취생은 ‘비용의 문제’ 혹은 ‘건강의 문제’에 처한다. 그리고 많은 대학생들이 젊은 몸을 믿고 건강보다는 비용을 챙긴다. 애초에 혼자 살려고 나온 이유가 좀 더 나은 삶의 질을 원했기 때문인데, 자유를 얻고 건강을 잃는다면 무슨 소용이랴.
연애중인데 애인과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요
ㄴ 당신은 한 치 앞도 모르는 연애를 하고 있다
당신은 얼마 전 연애를 시작했다. 연애 초반을 달달하게 만드는 건 역시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스킨십, 오래된 말로 ‘진도 빼기’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둘만의 장소가 간절해지는데, 이제 어엿한(?) 성인이 되었으니 민증 내밀고 모텔을 이용하는 경우도 잦아지게 될 거다.
그렇게 대실/숙박료를 한달에 몇 십 만원씩 내고 야놀자 프리미엄 회원이 되어 있을 때 쯤엔 문득 ‘내 집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이렇게 자취를 시작하게 되는데 이게 생각처럼 흘러가지 않을 때가 있다. 내 공간이 둘만의 공간으로 굳어져 버리는 경우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자면 이런 거다. “늦었는데 집에 안 가?” / “응, 오늘 자고 갈건데? 헤헿”
게다가 이렇게 둘 중 한명이 자취하는 커플의 경우 한쪽이 상어 배에 붙은 빨판상어처럼 기생하는 모습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동거? 이건 동거가 아니다. 24시간 중 8시간 정도 우리 집에서 지내고 있으면 내가 내 돈으로 월세 내면서 누구를 먹여살리고 있는 건가 싶은 생각에 현자타임이 온다. 자취생이 되니 사랑하던 사람이 생활의 걸림돌이 되는 기분, 안 느껴본 사람은 모른다. 자세한 내용은 이 기사를 확인해 보자.
게다가 이렇게 잘 만나던 애인과 헤어지게 된다면 정말 끔찍한 내상을 입게 된다. 크리스마스 파티, 100일 기념, 애인의 생일. 이 모든 추억들이 나의 자취방에 녹아 있다.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물건이 없고, 주기적으로 내 이쁨을 받겠다며 청소하던 그도 이제는 없다. 이렇게 되면 적막감과 외로움이 심히 몰려오고 오히려 혼자인 상황이 더 아프게 느껴진다. 가수 노라조의 노래 <멍멍이>는 3인칭 시점에서 이 아픔을 잘 묘사하고 있다.
밤새워 뒤척이며 부르던 그 이름 익숙한
그 사람은 언제 또 오는거죠항상 내게 한아름씩 간식을 가져다주던
그 사람은 요즘 통 보이질 않네요
집이 너무 멀어서 교통비가 많이 깨져요!
ㄴ 집과 학교는 생각보다 멀지 않다
학교가 신촌에 있고 집에 전주에 있다. 학교가 전남에 있는데 집이 성북동이다. 이런 경우 자취를 안 하고 통학을 한다면 등하교길에 자는 게 하루 취침시간의 전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아니 그 전에 이미 교통비가 등록금을 넘어버릴 것 같다. 이런 경우를 통학 거리로 인한 비자발적 자취라 한다. 내가 자취하고 싶어서 하는게 아니니까.
그러나 굉장히 애매한 경우가 있다. 통학을 해도 조금만 참으면 괜찮은 거리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집이 수원인데 학교가 정릉에 있거나 집이 강서구인데 학교가 인천 송도에 있는 그런 경우다. 1교시 수업을 들으려면 6시에 일어나야 하는 사람들, 빨간 버스 타고 두 시간 반 정도 달리면 학교에 도착하는 사람들이다. 버스 타고 자면서 학교 앞까지 가면 양반이다. 더 최악인 경우는 한 시간 20분 걸려 지하철과 버스를 네 번 갈아타는 사람들이다. 매일 이런 지옥같은 생활을 하다 보면 자취가 절실해진다. 주변 사람들과 본인은 이런 생각을 가끔 할 거다. “이렇게 교통비를 쓰느니 차라리 자취를 하겠다!” 그런데 그게 정말 말처럼 경제적일까?
많은 집순/집돌이들이 착각하는 게, 자취하면 교통비가 덜 나갈 거라는 오해다. 물론 학교와 자취방 사이를 걸어다닐 수 있는 거리라면 적어도 통학시 교통비는 절감할 수 있다. 다만 학생들이 놀 수 있는 인프라가 대학가에 구축되어 있지 않은 곳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서울 시내만 해도 성북구와 종로구 쪽에 위치한 몇몇 학교의 경우 인근 타학교 대학가로 이동해 유흥을 즐기는 학생들이 많다. 게다가 집(본가)에서 학교까지 가는 광역버스 왕복비용이 하루 7,000원인 걸 감안해도 월 통학에 쓰는 교통비는 14만 원 남짓이다. 아주 저렴한 월세가 30~40만 원인 걸 생각하면 통학하는 게 남는 장사다.
물론 아낄 수 있는 시간을 돈으로 환산한다면 그만큼의 값어치가 나올지도 모른다. 다만 시간은 당신의 현물이 아니기에 절대적 경제적 가치를 가질 수 없다. 돈이 없는 건 없는 거다.
아무도 저를 터치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ㄴ 당신은 게으르다
부모님의 잔소리로부터 자유롭고 싶어서 자취하고 싶다는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오후 수업 땐 오전에 늘어지게 낮잠도 자고 싶고, 주말엔 방 청소로부터 자유롭고 싶다는 이유다. 자취는 부모로부터 독립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정말 당신이 부모로부터 독립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자.
부모님이 지금 당신 대신 해 주는 일이 무엇인가. 요리, 청소, 빨래, 장보기 등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해야 하는 것들이다. 자취는 자유가 보장되지만, 제대로 자취생활을 하려면 오히려 규칙적이어야 한다. 루틴(routine)이 없는 자취생활은 폭망의 지름길이다.
특히 잦은 병치레가 많은 사람들은 자취하다 아플 때 정말 서러움을 느낀다. 집에서 몸살 감기가 나면 형제나 부모님이라도 약을 사다 줬지, 혼자 살면 직접 무거운 몸을 끌고 집을 나서서 편의점이나 약국을 찾아 다녀야 한다. 주말이라면 더 난감하기 때문에 평소 상비약을 반드시 갖추고 있어야 하는 귀찮음도 있다. 오랜 자취생활을 해 온 사람들이 입을 모아 말하길, 아플 때 만큼은 집이 그립다고.
자유가 보장된다는 것, 그리고 누군가 나에 대한 간섭이 없다는 건 그만큼 외로울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럴 때 애완동물을 집에 들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 또한 경계해야 할 문제다. 흔히들 자취방에서 강아지/고양이를 많이 키우는데 강아지는 당연하고 고양이 역시 분리불안을 느낀다. 그저 내가 외로워서 생명을 새로 들여오는 것이 정말 현명한 일인지 생각해 보자. 정서적인 이유 뿐 아니라 반려동물을 한 번 키우기 시작하면 깨지는 돈만 해도 어마어마하다. 월세와 생활비, 여기에 딸린 식구까지 있다면? 대학생의 알바 급여로 이 모든 걸 해결할 수 있을까?
명심하자. 당신이 지금 집에 살면서 규칙적인 생활을 하지 않아도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이유는, 부모님의 경제력과 생활력 때문이다. 자취의 장점은 집에 엄마가 없다는 거고, 자취의 단점은 집에 엄마가 없다는 거다.
자취는 좋지만 신중하게
이 모든 이유에도 불구, “그래도 난 자취를 할 수 있어”라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하자. 시작은 서툴지만 몇 년 버티다 보면 자취의 고수가 되는 사람들도 많다. ‘혼자 사는 생활’을 쉽게 보고 충동적인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면 좀 더 신중하고 건강한 자취생활이 가능해 질 거다. 물론 그 전에 방을 구할 수만 있다면.
'굳띵 lssue > 사회초년생을 위한 꿀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취업성공 선배들의 꿀팁! 취준생이 주목할 필수 자격증 10 (0) | 2019.06.19 |
---|---|
다이소에서 단돈 5천원으로 살 수 있는 가전제품 7 (0) | 2019.06.03 |
청년구직지원금 25일부터 신청 6개월간 50만원씩 (0) | 2019.03.18 |
취업준비, 스펙보다 ‘스토리’를 쌓아라! (0) | 2019.03.08 |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신청하고 1인당 총 300만 원 지원받자! (0) | 2019.02.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