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틀로켓 매장의 진열 방식은 독특합니다. 보통의 와인 가게처럼 레드, 화이트, 스파클링 등으로 와인을 구분하거나 이탈리아, 프랑스, 미국 등 국가별로 구분하지 않습니다. 대신 와인을 구매하는 목적, 페어링하면 좋은 음식 등 고객이 와인을 고를 때 고려할 만한 기준들로 와인을 분류합니다. 와인을 구매할 때 와인의 속성만큼이나 와인을 구매하는 맥락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고객의 관점에서 와인을 재분류해 놓아, 이 매장에서는 같은 와인이라도 여러 곳에 진열되어 있습니다. 중복해서 진열하는 방식을 좀 더 구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매장 안을 살펴보겠습니다.
매장 중앙의 와인 섹션에는 10여 개의 마름모꼴 매대가 있습니다. 각 매대는 각각의 테마를 가지고 있습니다. 테마는 육류, 가금류, 해산물, 파스타 등 와인과 페어링할 만한 음식이 되기도 하고, 선물, 가성비, 새로운 도전 등 와인을 구매하는 목적이 되기도 합니다. 매대 가운데에는 테마를 상징하는 커다란 장식이 있어 위트를 더합니다. 덕분에 매장을 방문한 고객들은 와인을 구매하려는 맥락에 따라 매대들을 옮겨 다니며 와인을 고를 수 있습니다.
테마별 구분의 효용을 높이는 건 4가지 하위분류입니다. 마름모꼴 매대의 4개 면은 테마를 4가지로 구분하면서, 구매 목적을 또 한 번 세분화합니다. 예를 들어 해산물 테마의 4개 면은 각각 어두운색 생선, 밝은색 생선, 조개류, 기름기 많은 생선에 어울리는 와인들을 추천합니다. 선물 테마에서는 오래된 친구, 상사, 3번째 데이트 상대, 잘 모르는 사람 등 선물을 받는 사람을 4가지 타입으로 구분하여 각 목적에 따라 와인을 분류합니다. 세부 테마에 대한 설명도 콜라주로 표현해 보는 재미를 더합니다.
테마별 분류가 와인과의 첫 만남을 직관적이고 즐겁게 만들었다면, 선택을 돕는 건 와인에 대한 정보입니다. 보틀로켓은 진열한 모든 와인 아래에 가격과 함께 와인의 이름, 맛, 페어링하면 좋은 음식, 생산지, 매장의 자체 평점 등을 기록한 카드지를 배치해 고객들이 와인을 구매할 때 참고할 수 있도록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