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범·심석희 사건으로 본 쇼트트랙 코치와 선수 관계
개인 코치 시스템이어서 어린 시절부터 절대적 영향력
맞아서 손가락 부러지고 뇌진탕 걸려도 저항 못해
학부모도 선수 장래 생각해 부당한 현실 눈감는 ‘을’ 입장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한국 여자 쇼트트랙 심석희 선수를 폭행해 국가대표팀 코치에서 제명된
조재범 전 코치가 6월18일 오전 경찰 조사를 위해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로 출석하고 있다.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 간판 심석희(22·한국체대) 선수가 조재범 전 국가대표 코치로부터 상습적인 성폭행을 당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밝히면서 상하관계를 넘어 주종관계로 흐를 수 있는 쇼트트랙 훈련방식에 대한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쇼트트랙은 철저한 개인 종목이다. 코치가 한 선수를 발굴하면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꾸준히 맡는 게 일반적이다. 심석희의 경우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조 코치의 지도를 받아왔고, 2018 평창겨울올림픽 직전까지 조 코치 아래 있었다.
하지만 체력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미숙한 어린 시절부터 코치의 영향력 아래 놓인 선수는 때로 스승과 제자 사이라기보다는 주인과 노예처럼 주종의 관계에 놓이기도 한다. 심석희는 상습적인 구타에 시달렸다고 한다. 초등학교 시절 하키채로 맞아 손가락이 부러지기도 했다. 폭행은 더 나아가 성폭력으로까지 진행됐다. 심석희 변호인인 법무법인 세종이 낸 자료를 보면, 조 코치는 한국체대, 태릉선수촌, 진천선수촌의 라커룸 등 훈련 장소에서 심석희를 성폭행한 것으로 나와 있다.
빙상 훈련장에는 동료 선수들이나 지도자들이 있고, 때로는 피겨나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도 훈련한다. 하지만 개인종목이라는 특성상 코치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선수와 일대일 상황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한 빙상인은 “개인 훈련이기 때문에 빙상장에 아무도 없을 때 혼자 불러낼 수 있다. 또 팀 훈련을 하더라도 훈련 뒤 다른 선수들은 돌려보내고 선수 한 명과 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2015년 경기도 한 자치단체 실업팀의 이아무개 코치가 위계에 의한 제자를 성추행 한 적이 있다. 당시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영구제명 처분을 내렸고, 재심 요청에도 또 다시 영구제명으로 확정했다. 하지만 최종 3심인 대한체육회 선수위원회가 3년 자격정지로 감형한 것은 두고두고 뒷말을 낳았다.
성적 지상주의에 매달리면서 지도자와 선수, 학부모의 관계도 왜곡된다. 체벌과 강훈련 등 외부의 강제를 참아야 성공할 수 있다고 믿으면서 지도자는 절대적 ‘갑’이 된다. 선수들은 폭력 등에 일절 저항하거나 반발할 생각을 하지 못한다. 심석희는 올림픽 금메달을 두 번이나 딸 정도의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했다. 하지만 “뇌진탕 증세에 이르러 올림픽 경기에서 쓰러질 정도” “이러다가 맞아 죽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 때까지 코치와 맞서 싸울 수 없었다.
학부모들은 지도자와의 관계에서 영원한 ‘을’이다. 자신의 자녀가 맞더라도 못 본 채 해야 하고, 코치가 부당한 요구를 해도 응해야 한다. 지난달 수도권의 한 빙상장에서 만난 학부모는 밤 12시에 가파른 빙상장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뛰며 훈련하는 딸 아이를 두고, “힘든 줄 알지만 어쩔 수 없다”며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당시 10여명의 선수들은 체력 훈련 뒤 새벽 2~3시에 이웃한 빙상장을 사용하기 위해서 자리를 옮겼다.
개인 코치를 두는 종목이어서 국가대표팀에 선수를 모아 놓아도, 개인 코치간의 친소관계나 이해관계에 따라 대표팀 선수들이 따로 훈련하거나 짬짜미 등 밀어주기를 시도하다 적발된 사례도 있었다.
정준영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문화교양학과)는 “한국의 스포츠가 국가주의적으로 운영돼 왔다. 그래서 스포츠 세계가 사회와는 별개의 논리로 움직이면서 잘못된 관행을 만들어왔다. 이젠 사회의 변화에 맞춰 고립된 섬에서 통합의 장으로 나와야 한다. 개인 코치와 선수의 관계가 밀접하다고 해서, 코치가 선수의 인격과 영혼을 파괴하는 것은 밀실 독재와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출처 : http://www.hani.co.kr/arti/sports/sports_general/877600.html#csidx975a3ee8699ed78844493e7b725ea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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