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뉴스를 통해 접하는 중국의 미세먼지 문제는 비단 중국만의 걱정거리가 아니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우리나라에도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시간이 갈수록 더욱 증가할 전망이라는데 있다.
미세먼지가 관심의 대상이 되는 까닭은 기관지 및 심혈관과 관련된 질환의 원인이 되기 때문인데, 이 같은 문제를 의외로 간단하게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바로 미세먼지를 제거하는 식물을 키우는 것이다.
흡착과 흡수 기능을 통해 미세먼지 제거
농촌진흥청(이하 농진청)은 최근 실내에서 식물을 키우면 공기정화는 물론 미세먼지까지도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같은 기능을 가진 대표적 식물로는 ‘산호수’와 ‘벵갈고무나무’ 등이 있다고 밝혔다.
농진청의 발표에 따르면 우선 아무것도 없는 방에 미세먼지를 투입한 뒤 4시간 후에 그 양을 측정해 본 결과, 2.5마이크로미터(µm) 이하의 미세먼지가 44% 정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산호수를 들여 놓은 방은 70%, 그리고 벵갈고무나무를 넣은 방은 67% 정도가 줄어든 것으로 밝혀졌다.
사라진 미세먼지들의 행방을 찾기 위해 연구진이 산호수와 벵갈고무나무의 잎 표면을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 미세먼지는 잎에 윤택이 나게 하는 왁스 층에 달라붙거나, 잎 뒷면의 기공 속으로 흡수되어 사라진 것으로 파악되었다.
잎의 왁스 층에 미세먼지가 달라붙는 현상은 증산(蒸散) 작용에 의해 잎의 뒷면이 끈적끈적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증산 작용이란 식물체 안의 수분이 수증기가 되어 공기 중으로 나오는 것을 말한다.
반면에 잎의 기공에 흡수되는 현상은 기공 크기와 관련이 있다. 기공 크기는 식물 종류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20µm 정도이기 때문에 2.5µm 이하의 초미세먼지는 기공으로 쉽게 흡수될 수 있는 것이다.
두 식물은 실내용이라는 용도에 걸맞게 키우기가 간편하다. 산호수와 벵갈고무나무 모두 햇빛과 그늘이 적당한 곳에 두고 키우면 되는데, 물은 흙 표면이 말랐을 때만 충분히 주면 된다.
이번 연구를 담당한 농촌진흥청 부설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도시농업과의 김광진 농업연구관은 “식물의 잎에는 많은 미세먼지가 붙어있기 때문에 잎을 종종 닦아 줘야 활발한 광합성은 물론,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 연구관과의 통화 과정에서 나눈 일문일답이다.
- 국내보다는 미세먼지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중국의 실내가 미세먼지 농도도 더 높을 것 같은데, 이번 실험에서 적용한 농도보다 더 높은 환경이라 하더라도 식물들이 제대로 흡수를 할 수 있을지?
가능하다고 본다. 중국 현지에서 실험을 한 것은 아니지만, 발표한 환경조건보다 더 가혹한 상황에서 테스트를 한 적도 있는데, 그 때도 양호한 결과를 얻었다. 산호수와 벵갈고무나무 모두 미세먼지의 종류를 구별하는 것이 아니라, 기공보다 작으면 일단 흡수하는 만큼, 식물이 죽을 정도의 미세먼지가 아니라면 충분히 좋은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 흡수된 미세먼지가 2차 오염을 일으킬 가능성은 없는지?
왁스 성분으로 인해 잎에 흡착된 미세먼지는 닦거나 긁어서 제거하면 되므로 별 문제가 없지만, 기공으로 흡수한 먼지 중에 소화가 안 되는 물질들은 일부가 식물 체내에 축적될 가능성은 있다. 산호수와 벵갈고무나무 모두 관상수인 만큼 별다른 문제는 없지만, 만약 미세먼지 흡수 식물이 식용이 가능한 종류라면 식용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 생각된다.
- 유전자 조작 기술을 통해 흡착율을 높인다던가 하는 기술개발이 가능할 지?
아직 그 부분까지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 현재 상황이 산호수와 벵갈고무나무의 미세먼지 흡수율 정도를 파악한 정도인 만큼, 우선은 이 식물들의 천연 기능을 규명하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다. 유전자 조작 같은 기술 등은 그 이후에나 생각해 볼 문제다.
가습 효과가 뛰어난 식물들도 조사
김 연구관이 속한 도시농업과는 이 외에도 가습 효과가 뛰어난 식물들도 조사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보통 잎이 크고 물을 좋아하는 식물들이 가습효과가 있는데, 최근 가정에서 많이 키우는 실내 식물 92종 가운데, 가습 효과가 높은 식물들을 선발하여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대표적인 가습 식물인 행운목이나 장미허브 등의 가습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연구진이 밀폐된 공간에 식물과 물을 넣고 습도를 33%로 맞춘 결과, 식물은 1시간 만에 겨울철 적정 습도인 60%까지 상승했지만, 물은 변화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김 연구관은 “잎의 뒷면에 있는 기공을 통해 물 분자가 공기 중으로 나오면서 가습 효과가 높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순수한 물 입자만 나오는 천연 가습기인 만큼, 판매하는 가습기처럼 세균이 나올까봐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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