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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부쩍 카페나 SNS 사진에서 자주 보이는 과일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무화과입니다. 무화과는 8월에서 11월이 제철이라 지금 먹기에 딱 좋은데요. 오묘한 색감이 시각적으로도 감성을 한껏 돋보이게 해주고 달달함이 케이크와 같은 디저트와도 잘 어울립니다. 

 
며칠 전 먹은 무화과. 기대만큼 맛있지는 않았습니다.

저 역시 최근 카페에 방문했다 무화과 케이크를 발견했고,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참새의 마음으로 케이크를 시켰습니다. 하지만 웬걸 무화과는 먹음직스러운 비주얼에 비해 맛이 없었고 새어 나오는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맛없는 무화과를 경험한 사람들이 은근히 많은가 봅니다. 제 친구 역시 무화과를 먹는 족족 맛이 없었다고 평가했는데요. 인터넷에서도 무화과 특유의 단맛을 한 번 맛보면 잊을 수 없다는 사람과 이렇게 맹맹한 걸 왜 먹는지 이해 못하겠다는 의견으로 나뉘었습니다. 왜 의견이 극과 극으로 나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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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화과는 타이밍이 중요합니다

개인적으로 무화과 맛은 물이 꽉 찬 복숭아에 코코넛 밀크를 넣어 먹는 느낌이었습니다. 물컹하면서도 맹맹하게 단 맛이 매력입니다. 맛있는 무화과는 당도가 더 높고 제대로 안 익은 무화과는 그저 맹맹하다고 합니다. 개인의 입맛에 따라 무화과가 안 맞는 사람도 있겠지만, 맛없는 무화과가 당첨됐을 경우에는 그 무화과가 제대로 익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무화과가 잘 익지 않은 이유는 대체로 다음과 같습니다.

첫 번째, 긴 유통 시간으로 인한 조기 수확입니다. 무화과는 유통기한이 짧습니다.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금방 물러버리지기 때문에 빠른 기간 내에 섭취해야 합니다. 그래서 잘 익었을 때 무화과를 수확하면 좋겠지만 유통과정에서 상할 가능성이 높아 숙성되기 전에 수확해 출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맹맹한맛의 무화과에 당첨되셨다면 하루 이틀 정도 실온에 두신 후 드셔보세요. 단, 너무 오래 두면 금방 상할 수 있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무화과 산지에서 갓 수확한 무화과를 맛보는 것입니다. 국내 무화과 산지 중 가장 유명한 곳은 전남 영암군입니다. 영암은 국내 무화과 총생산량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경남과 제주 일대에서도 무화과가 생산됩니다. 영암에서 인생 무화과를 맛볼 수 있다고 하니 무화과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한 번쯤 들러보셔도 좋을  듯 합니다.

두 번째 이유는 비를 많이 맞았기 때문입니다. 무화과는 여름에 비가 적게 오고 겨울에 많이 춥지 않은 곳에서 자랍니다. 비가 많이 오면 무화과가 물을 머금어 당도가 떨어집니다. 또한 금방 물러 터지거나 상해버립니다. 그래서 비가 많이 온 해에는 맛좋은 무화과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무화과를 고를 땐 아래쪽을 봐야합니다. 십자 모양의 갈라진 것이 좋지만 속살이 드러난 것은 벌레 먹은 무화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Pixabay
맛있는 무화과를 먹으려면

전체적으로 적갈색을 띠고 있는 무화과를 고르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무화과를 고를 때에는 열매 밑부분을 확인해줘야 합니다. 과일이 잘 익을수록 밑부분이 십자 모양으로 갈라져 있습니다. 다만 속살이 보일 정도로 벌어진 무화과는 벌레가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꼭지는 너무 마르지 않으며 눌렀을 때 살짝 말랑한 것이 좋습니다.

무화과 보관 방법을 알아두면 무화과의 부패를 조금이라도 더 막는데 유용합니다. 무화과는 실온에서 빠르게 상합니다. 그래서 무화과 사이사이에 키친타월을 둬 서로 붙지 않게 만든 후 냉장 보관하면 부패를 늦출 수 있습니다.

무화과는 세척 방법도 중요합니다. 갈라진 곳 사이로 물이 들어가 버리면 당도가 떨어질 수 있으므로, 꼭지 부분이 위로 향하도록 들고 흐르는 물로 조심히 닦아야 합니다. 키친타월에 물을 묻혀 겉을 닦아주는 것도 방법입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소화에 좋아요

무화과에는 피신이라는 성분이 있습니다. 이는 다른 과일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성분입니다. 피신은 단백질을 분해하기 때문에 특히 육류를 섭취하거나 과식했을 때 소화를 돕습니다. 그리고 육질이 질긴 고기를 재울 때 무화과를 이용하면 육질이 연해집니다. 그뿐만 아니라 펙틴과 식이섬유도 풍부해 변비 증상을 개선하고 장을 편안하게 해줍니다. 비타민이 많아 피부 노화 예방, 항산화 작용을 하며 열량이 낮아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됩니다.

무화과 먹으면 따끔한 것 같아요

무화과의 잎사귀와 뿌리, 껍질에는 독성이 있어 피부가 예민한 분들은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주의하셔야 합니다. 무화과에 있는 단백질 분해 성분 피신은 소화를 돕지만 혀와 입술을 따끔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단백질 효소가 혀의 단백질을 분해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과도하게 섭취하면 위 통증과 설사를 유발할 수 있으니 하루 4~5개 정도만 섭취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매니아들이 추천하는 꿀조합 식품

사실 무화과는 달달해서 짠 음식이든 단 음식이든 어디에도 잘 어울릴 것 같은데요. 그중에서도 무화과를 좋아하는 분들이 함께 먹으면 좋다고 추천해준 식품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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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는 요거트입니다. 흔히 볼 수 있는 조합이기도 합니다. 요거트는 곡물, 과일 등 다양한 재료를 넣어먹는 즐거움이 있는데요. 무화과의 달콤함이 요거트의 상큼함을 잡아줘 좋은 시너지를 냅니다. 요거트에 시리얼이나 곡물을 추가해 먹으면 든든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두 번째는 크림치즈입니다. 무화과는 샌드위치, 타르트, 파이, 토스트 등의 음식에 활용되고 있는데요. 이 음식에 빠지지 않는 것이 크림치즈이기도 합니다. 굳이 음식을 만들지 않고 무화과에 크림치즈만 발라먹어도 맛있다고 하니 문득 그 맛이 궁금해집니다.

베스트팔렌햄 @위키피디아

단짝단짝의 조합도 빠질 수 없습니다. 유럽에선 숙성한 햄에 멜론과 같은 달콤한 과일을 올려 먹는 게 일반적인데요. 무화과와 곁들여 먹어도 맛이 훌륭하다고 합니다. 홈 파티나 분위기를 내고 싶을 때 활용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무화과잼 만들어봤습니다 그런데 비주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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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화과의 부패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얼른 먹는 것이 최선이지만 양이 많아 처치 곤란일 때가 종종 있습니다. 건조하거나 잼으로 만들면 조금 더 오래 보관할 수 있습니다.

부패의 징조가 보이기 시작한 무화과 @더농부

며칠 전 저는 시장에서 무화과를 구매했습니다. 이 글을 쓴 후 무화과를 샀더라면 제대로 보관했겠지만 구매 당시 무화과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 그대로 냉장고에 넣어두었습니다. 그랬더니 며칠 지나지 않아 무화과의 상태가 나빠졌고 이미 이 세상 무화과가 아닌 것도 몇 개 있었습니다. 남은 무화과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아 바로 무화과 잼 만들기에 돌입했습니다.

[무화과 잼 만들기]
무화과, 설탕, 레몬즙, 유리병
열탕소독 후 자연 건조해주세요

먼저 잼 담을 유리병을 열탕소독해줍니다. 열탕소독은 냄비에 물을 담은 후, 유리병을 뒤집어 놓고 물을 끓여주면 됩니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약 10분 후에 불을 꺼주세요. 병을 키친타월 위에 두고 꼭 자연건조해주셔야 합니다. 

열탕소독을 하는 동안 저는 무화과를 8등분으로 잘라 설탕에 절여두었습니다. 한 10분 정도요. 그래서 큰 의미는 없었지만 1~2시간 절여 놓으면 좋다고 합니다. 보통 무화과와 설탕의 비율은 1:1로 합니다. 무화과가 많이 달거나 단 것을 좋아하지 않는 분들은 무화과와 설탕의 비율을 1:0.5로 하셔도 됩니다. 저는 1:0.5 정도로 넣었습니다.

무화과와 설탕을 팬에 넣고 약불에 계속 졸여줍니다. 설탕이 눌어붙지 않도록 계속 저어주세요. 설탕을 계속 저어주고 있자니 초등학생 시절 달고나를 만들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시간이 지나자 설탕이 녹고 무화과도 흐물흐물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만들기 전 찾아본 후기들은 40분 동안 냄비 앞을 떠나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설마 했는데 정말로 40분 동안 냄비 앞을 서성이며 잼의 상태를 확인해야 했습니다. 그래도 덕분에 설탕이 타지 않고 잼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습니다. 무화과가 흐물흐물해지면 레몬즙 2 큰 술을 넣어주는 게 좋습니다. 레몬즙을 넣으면 잼의 보관 기간을 늘려줄 뿐만 아니라 잼의 뒷맛을 깔끔하게 만들어줍니다. 하지만 급하게 만들기 시작한 저는 레몬즙이 없어 생략했습니다.

 
제법 모습을 갖췄습니다

무화과가 모양새를 잃더니 제법 잼 같아졌습니다. 알갱이가 더 작으면 좋겠지만 더 끓였다간 눌어붙을 듯해 이쯤에서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제 마음을 표현해보았습니다....색깔이 조금 더럽습니다...The love..

제가 만든 건 볶음밥이 아닙니다. 오징어 젓갈도 아닙니다. 무화과 잼입니다. 비록 이번에도 비웃음 당하는 비주얼을 만들어냈지만 맛은 썩 괜찮았습니다. 알갱이가 톡톡 씹히는 것이 식감도 괜찮았습니다.

된장 아닙니다

완성한 잼을 소독한 병에 담았습니다. 양은...금방 먹을 수 있겠습니다. 오트밀과 요거트에 무화과 잼을 섞어 먹었더니 정말로 맛있었습니다. 무화과 잼과 요거트만 있다면 부담 없고 든든한 아침을 먹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요즘 무화과가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으니 독자님들도 한 번 도전해보시기 바라겠습니다.



출처 :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6055267&memberNo=35869883&mainMenu=FA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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